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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야기(6) 스티브 잡스 1955 - 2011 by Charlie

이세이 미야케가 디자인한 검은색 터틀넥에 리바이스 501 청바지, 그리고 흰색 뉴발란스 운동화. 이 세 가지 아이템을 조합했을 때 연상되는 인물은 60억 인구 중 단 한 명 뿐입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前 애플 CEO 말이죠. 'IT업계의 거인'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회자되고 있는 잡스와 그의 업적에 대해 굳이 덧붙여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문 편집에 관해서는 몇 마디 해볼 수 있겠네요.

유명인의 부고는 '편집 승부'입니다. 죽음의 형태가 노환이나 병사(病死)처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든 갑작스러운 것이든 관계없이 말이죠. 신속한 정보 전달을 중시하는 매체일 경우 단순히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뉴스가 될 수 있지만, 신문의 경우는 다릅니다. 물론 호외 등 속보를 위한 전달 수단이 있긴 하지만(주1), 실시간으로 전달 가능한 인터넷과 TV 매체보다는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태생적으로 뒷북을 칠 수 밖에 없는]™ 매체가 신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을 사실(팩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부고 기사의 경우 고인이 생전 업적과 영향, 그리고 그의 부재가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심층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함으로써 단순한 사실 전달,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편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컨텐츠를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정보와 의견을 덧붙여 가공해 기사를 작성하는지가 내(內)적인 가치 창출이라면, 사진과 그래픽 같은 시각적 요소를 취사 선택하고 레이아웃과 제목을 결정하는 편집 과정은 외(外)적인 가치 창출을 의미합니다. 특히나 스티브 잡스의 경우처럼 사인(死因)이 분명해 어떠한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편집을 통해 차별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대로, 故 장자연 씨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처럼 죽음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라면 내용의 차별성이 우선이겠죠.

각설하고(할 얘기 다하고 각설이래...), 스티브 잡스 부고 관련해 인상적이었던 신문 1면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참 이제부터 소개할 1면 이미지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 박물관인 뉴지엄(newseum.org) 웹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 * 그래서 별도로 저작권과 출처를 명기하지 않았습니다 ** 국내 신문의 1면 이미지는 해당 웹사이트와 뉴스지면 서비스 사이트 등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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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지금까지  신문사에 근무하면서 호외를 발행한 경우는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와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 외에는 보질 못했습니다.

Steve Jobs Dead. 미국 쪽 신문들을 살펴보면 기교 없이 사실 전달 중심으로 편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류의 다른 제목으로는 Steve Jobs 1955 - 2011 이라든가 Apple founder dies 등이 있었고요. '뭐야 너무 담담/덤덤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멋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① 애플이 잡스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간이 5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간)이었기 때문에, 마감이 급했던 북미 지역 신문사들이 일단은 사망 사실을 전하는 편집으로 지면을 막고, 개판(改版) 때 편집에 힘을 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신문사들이 예상 가능한 빅뉴스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다음 문단에서 설명드릴 부분을 고려해볼 때) 시간이 없어서 위에서처럼 편집했다기 보다는 ② 의도한 편집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본문의 서두에서 부고 기사는 '편집 승부'라고 말했지만, 휘황찬란한 기술과 압도적인 무기로 맞부딪치는 것만이 승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제목에 있어서는 기교를 덜고 간결한 문장과 표현으로 승부를 걸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김대중 前 대통령의 부고 관련해서 1면 제목을 살펴보면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 혹은 '김대중 1924 - 2009' 같은 스타일의 제목이 많이 보입니다.

death, dead 나 die 같은 표현을 우리말로 직역할 경우 '사망, 죽음' 같이 상당히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직역보다는 뉘앙스를 담아낸 의역 쪽이 더 적절합니다. 그러자면 죽음을 이르는 말들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별세(別世)/운명(殞命)/작고(作故)/타계(他界)/하세(下世)/영면(永眠) 등 그나마 자주 쓰이는 표현에서부터 김수환 추기경께서 돌아가셨을 때 썼던 선종(善終)이라는 표현이나 개신교에서의 소천(召天), 불교에서의 입적(入寂)/열반(涅槃)/멸도(滅度)처럼 종교마다 다른 표현도 있습니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죽음에는 사거(死去)의 높임말인 서거(逝去)라는 말을 썼습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임금의 죽음은 붕어(崩御)라고 하죠. '하늘이 무너진다'는 의미의 천붕(天崩)이나 승하(昇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외에도 숨지다/몰하다/졸하다/돌아가다/뜨다/버리다/숨을 거두다/명부에 들다/유명을 달리하다 라는 표현도 자주 쓰입니다. 물론 뒈지다 같은 비속어도 있지만, 이런 표현은 지면에선 보기 힘들죠.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의 경우에는 사망(Bin Laden Dead)이나 사살(killed by U.S.) 등의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Steve Jobs Dead 와 Bin Laden Dead라는 두 제목에서 Dead는 외연적으로 같은 단어지만 내포된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영어에 능통하지 못해 확신할 순 없습니다만 'Steve Jobs dies' 같은 표현은 '스티브 잡스 영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영어에서도 pass away, expire, perish / deceased, departed, extinct, defunct 등 뉘앙스에 따라 다양한 유의어가 존재하지만, Dead 단어에서 '사망'과 '영면', 그리고 '선종' 등 다양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데 구태여 복잡하고 긴 단어를 쓸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이제 다른 스타일의 1면 편집을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편집입니다. 필시 이 편집자는 아이팟/아이폰 이전의 애플, 그러니까 매킨토시/애플 컴퓨터 시절의 추억을 갖고 있는 세대일 겁니다. 무지개 색깔의 애플 로고와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애플의 광고 문구를 변용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997년 TBWA에서 탄생한 이 유명한 문구는 사실 문법적으로 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동사 think 이후에 different 라는 형용사가 왔기 때문에), 그 때문일지 위 지면에서는 differently 라는 부사형태로 명기됐습니다. Thought differently.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했다 - 는 이 짧고 강렬한 문구는 애플의 역사, 그리고 잡스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에게는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He thought 'different'. 위에서 소개한 지면과는 같은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편집입니다. 의미는 동일하지만 He 라는 주어를 덧붙이고 자칫 문법 상의 실수로 오인 받을 수 있는 different에 작은따옴표를 씌워 관용적인 표현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날은 전세계 신문에 잡스의 얼굴이 가장 많이 실린 날일 거예요. 잡스의 뒷모습을 담은 이 지면은 그래서 더욱 특별합니다. 게다가 이 제목! iPod/iPhone/iPad의 연이은 히트에 조만간 iBuilding도 나올 것이라던 혹자의 농담이 현실이 된 것만 같은 iLife라는 제목을 생전의 잡스가 봤다면 무척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죽음(dead)이 아닌 삶(life)이란 단어로 그의 죽음을 전한 것 역시 잡스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닮았습니다. 아래 소개할 수많은 i 시리즈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iRevolutionary (혁신의)

iMortal (죽음)

iSad (슬픔) (주2)

[문화일보] 문화일보 01면-종합 01면-20111007

iDad (아빠) 워커홀릭 IT황제 잡스의 마지막은 '가족'

사진 얘기가 나온 김에, 사진의 취사선택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특히 부고 기사의 사진은 일종의 영정(影幀)인 셈인데, 병색이 완연한 잡스의 최근 사진을 쓰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건강한 모습의 잡스? 정답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병마와의 싸움으로 지치고 힘든 고인의 얼굴보다는 밝고 기운찬 표정의 사진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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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 iSad ; 슬퍼요. 폰트가 어색해서 슬픕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iSad란 표현을 차용한 것까지는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iPad에서 S만 바꾼 티가 너무 난 것이 아쉽습니다. 밑에서 소개한 조선일보의 제목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iPod, iPhone, iPad 등 애플 제품 군 로고에 쓰인 폰트는 Myriad Apple라는 서체입니다. 1992년 Adobe社가 만든 상용폰트 Myriad Pro를 베이스로 애플 측에서 개량한 서체라고 하네요.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에 쓰인 폰트이기도 합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산세리프체로 소문자 i 와 $ 등 특수문자의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폰 기본서체는 전설의 레전드™ Helvetica 라는 거(...).

이젠, 잡스 없는 세상. 그런 의미에서 잡스의 사망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 apple.com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 사진(이달 25일에 발매될 공식 자서전의 표지이기도 하죠)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귀 이후 열정적으로 애플을 진두지휘하던 시절의 잡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사진이랄까요.

천국에 로그인 / "잡스, iSad" / 갈망하라 무모하라 그렇게 살아라. 같은 표정 다른 편집. 편집의 매력을 십분 보여주는 지면들입니다. (똑같은 소스 -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 로 추정되는) 같은 표정의 사진을 가지고 어디를 트리밍(trimming, 자르기)하고, 흑백/컬러를 결정하고, 어떤 크기로 어디에 배치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지면이 나옵니다. 사진만 보더라도 파안대소하고 있는 고인의 사진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더욱 강력한 훅(hook)이 됩니다.

사진에 호응하듯 제목 역시 감성적인 코드를 담아냅니다. 특히, 명연설로 손꼽히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가져온 문장 "Stay hungry. Stary foolish."를 활용한 제목이 인상적이네요. 천국에 로그인 이란 제목(↑)과는 정반대로 간 제목(↓)도 있습니다.

얼굴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 편집도 가능합니다.

잡스가 추구하던 디자인 미학 - 미니멀리즘을 그대로 담은 듯한 편집이랄까요. 주간지와 신문 편집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American Pioneer. 측면 사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지면이기도 한데,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잡스의 표정과 배경이 주는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어울려 마치 한 폭의 회화처럼 느껴집니다. 군더더기 없는 제목도 매력적입니다. 제가 미국인이 아니라서 그럴지, 그냥 Pioneer 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해요.

아예 젊은 시절의 잡스 사진을 선택한 경우도 있습니다. The man who saw the future (미래를 내다본 사람, 선지자) 라는 제목이 주는 울림이 참 좋네요. 비즈니스위크와 마찬가지로 타임지 역시 다른 요소는 배제하고 오직 사진과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 석자(실은 다섯자)만 가지고 간결하지만 강력한 편집을 선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얼굴 없는 지면(↑)은 어떨까요? 실루엣으로 처리한 잡스와 애플 로고의 강력한 대비는 The Genius (천재/천재성) 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사실 유명인의 실루엣 사진은 위험부담이 무척 큰 시도입니다. 우선 독자들이 '이 실루엣이 누구인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만화/게임 속 캐릭터라면 모를까 실루엣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실존 인물은 찾기 힘듭니다. 실루엣 자체가 상징(아이콘)이 된 인물을 찾아본다면, 마이클 잭슨이나 찰리 채플린이 떠오르네요. 실루엣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래(↓) 이미지들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이미지들만 보더라도, 실루엣만으로 인물을 표현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특징적인 외모나 제스처가 없다면 말이죠. 하지만 위 지면(↑↑)은 애플 로고와의 결합을 통해 독자의 수고와 편집자의 고민을 일거에 날려버렸습니다. 로고라는 강력한 시각적 신호와 결합한 실루엣은 모호함(이게 간디야 잡스야)을 벗어 던지고 분명한 함의를 전달합니다. 제목처럼 '지니어스'한 편집입니다.

인물의 부분적인 특징을 그래픽으로 표현해 명징하고도 감각적인 효과를 얻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찰리 채플린 감독/주연 작품 [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1940)의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주3) 블루레이 표지입니다. 이 작품에서 찰리 채플린은 (아돌프 히틀러를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독재자 힌켈과 유대인 이발사의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는데, 위 표지는 채플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콧수염을 중심으로 이발사와 독재자라는 두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제목도 정방향/역방향에 한번씩 적혀 있습니다. 긔엽긔 이게 스티브 잡스랑 무슨 상관이냐구요? 다음 지면을 보시죠.

Steve Jobs o homem que deu rosto ao futuro. 타이포그래피로 재탄생한 잡스의 초상 - 이랄까요. 포르투갈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대충 번역해보니 The man who gave the face of the future 라는 것 같아요. 제목의 의미를 떠나 정말 과감한 편집 아닌가요? 사진 하나 쓰지 않고 오직 타이포그래피와 단순한 그래픽 요소를 더해 잡스라는 인물을 표현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잡스의 부고 기사를 다룬 지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집입니다.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은 巨人은 곁을 떠났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활용한 편집도 빼놓을 수 없죠.  기기의 검은 프레임이 부고 기사에 어울리기도 하고요.

본문에서는 소개하지 못한, 전세계의 수많은 신문들이 전한 것처럼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꾸고 21세기를 이끌어온 인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또 평가할 것입니다. 편집기자에게 주어진 애도의 수단은 잘 만든 지면이겠죠. 비록 저는 잡스 관련 지면을 편집하진 못했지만 '편집이야기'란 허섭한 방식으로나마 그의 명복을 빌어주는 셈 칠까 합니다. 일전에 써둔 부고 포스팅에서 몇 문장 빌려오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때론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넘치는 자신감, 세상을 바꿔놓은 빛나는 비전,
그리고 굴곡진 삶과 뼈저린 좌절 속에서 다시금 우뚝 선 열정.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상실감과 그리움을 담아 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평안하기를.

 

덧) 제가 만약 편집자였다면, 키노트의 대미를 장식하던 "One more thing"을 오마주해 "One last thing..." 라는 제목을 시도해봤을 것 같네요. 괜찮은 제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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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라이테리언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 이하 CC) ; CC는 고전 명작 영화와 예술 영화 등을 LD, DVD, 블루레이 등의 매체로 발매하는 회사입니다. 엄정한 기준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을 놀라 자빠질 정도의 수준으로 (수년에 걸쳐) 디지털 복원하고 원작자의 의도에 완전히 부합하는 최상의 퀄리티로 출시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음성 해설을 비롯한 서플먼트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표지부터 예술 작품 수준. 최근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이 CC의 블루레이 라인업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관련링크
한겨레신문 [말글살이] 죽음을 이르는 말들
에디넷 블로그 - 빈 라덴 사망 관련 미국 신문 1면 편집

대한민국 일간지들이 DJ 서거를 보도하는 편집스타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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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스티브 잡스 Steve Jobs by Charlie

t_hero.png   1955 – 2011


One More Thing. 

키노트 말미에 그가 "한가지 더"라고 말할 때면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하지만 오늘 그가 전한 One Last Thing 만큼은 무거운 침묵과 깊은 슬픔으로 화답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애플의 소비자이기 이전에 스티브 잡스의 팬이었던 것 같다.
매끈하게 빠진 신제품 이전에 그의 비전에 경도됐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의 존재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건 애플만이 아니다.
미래를 견인해 현재(present)로 만든 그의 선물(present)에 열광하던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때론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넘치는 자신감, 세상을 바꿔놓은 빛나는 비전,
그리고 굴곡진 삶과 뼈저린 좌절 속에서 다시금 우뚝 선 열정.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상실감과 그리움을 담아 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평안하기를.




라이프로그™ 2010년 하반기 ~ 2011년 3분기 by Charlie

트위터를 통해 올렸던 단평들 혹은 단평을 쓰기 위해 아이폰에 메모해둔 내용을 모아봤습니다.
각 항목별 베스트에는 ★ 표시를 붙였습니다.


1. 개봉영화 단평

MOV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2011)
전작을 아우르는 완벽한 프리퀄이자, 망조가 들기 시작한 시리즈의 완전한 리부트. 메인 캐릭터들의 깊이와 무게감이 남다르다. 맙소사 케빈 베이컨이라니! 매튜 본 감독은 [킥애스]에 이어 완소 감독으로 등극.

MOV 쿵푸팬더 2(2011)
진지한 과거사+비장한 악당+기발한 액션+그리고 판다=영리한 속편. 무협지에서 볼 법한 캐릭터들을 첨단CG로 보려니 황송하네. 아동용으로는 분위기가 무겁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굿. 근데 한글 자막서 아버지한테도 스승들한테도 찍찍 반말하는 푸가 거슬린다. 예의없기는.

MOV 소스코드(2011)
끝내야 할 때를 알고 끝내는 영화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감성과 상상력을 두루 자극하는 괜찮은 SF. 허나 여운 대신 선택한 주제 의식은 다소 아쉽다.

MOV 써커펀치(2011)
오랜시간 숙성된 감독의  상상력이 발현된 나쁜 예. 좋은 예는 인셉션.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좋을만큼 시청각적 자극에 올인하는데, 문제는 [300]의 포스도 [새벽의 저주]의 센스도 안나온다는 점. 그나마 화면은 스타일리시한데 내용이 아스트랄이라 문제. 스토리나 개연성 등등에 신경 안쓰면 재미있을수도?

MOV 위험한 상견례(2011)
경상도 여자와 전라도 남자의 좌충우돌 연애기 - 라고 쓰고 오글토글 무비라 읽는다. 송새벽은 웃기지만 쉬이 소진되며 이시영은 매력적이나 이질적이다. 후반부로 가면 오그라붙은 손발을 펴느라 힘들다.

MOV 블랙스완(2011) ★
미리 말해도 성급하지 않을 '올해 최고의 영화.' 강박과 집착의 극단이 빚어낸 긴장감, 인물의 심리를 그대로 구현해낸 영상과 연출, 그리고 '완벽한' 나탈리 포트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걸작을 잉태한다.

MOV 줄리아의 눈(2011)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복합적인 해석이 돋보인다. 힌트를 주자면 주체의 문제. 장르적 문법은 스릴러인데, 걍 호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무섭다(…). '줄리아 몸매 후덜덜'이란 감상을 읽고 뭐야 했는데 레알 후덜덜(…).

MOV 메가 마인드(2010)
이런 악당이라면 쌍수들고 환영. 히어로물의 전통적인(고리타분한) 공식을 비꼬는 재미가 쏠쏠하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은 또다른 작품 [슈퍼 배드]가 소품의 느낌이라면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이 돋보인다.
근데 드림웍스 니들은 그 입꼬리 올리며 웃는 표정 좀 안쓰면 안되겠냐?

MOV 소셜 네트워크(2010)
Mark "JERK"erber.

MOV 부당거래(2010)
2010년 개봉작 중 베스트(인셉션과 타이) / 류승완 필모 중 베스트 / 류승범 필모 중 베스트 / [칼리토]가 부럽지 않고나 / 묵직하고 처연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2. 블루레이 단평

Blu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2011)
졸음을 참으면서 봤는데 재미없다(…). 삼부작 대장정을 마치고 소품으로 준비한 것 같은데 재미까지 소박해서야 쓰나. 2000년대 최고의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던 시리즈의 몰락을 목도한 기분이다.

Blu 스타워즈 에피소드 IV 새로운 희망(2011)
사막에 홀로 사는 괴짜 노인네 벤 케노비의 젊은 시절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알렉 기네스 경의 모습만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화질과 음질의 비약적인 개선은 역시 명불허전. 인상적인 대사는 "내가 한 솔로요. 밀레니엄 팔콘호의 선장이지."]

Blu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
저스틴 린 감독의 실력은 한 마디로 일취월장. 액션신의 참신함은 물론이고 스토리의 강약조절도 훌륭하다. 올해 감상한 액션 영화 중 손에 꼽을 수준. 이전 시리즈를 가져와 잘 봉합한 점도 플러스.

Blu 트위스터(1996)
블루레이답지 않은 조악한 화질이 아쉽다. 하지만 스피커를 쉴새없이 울리는 음향과 재난영화의 정석에 충실한 전개는 발군.

Blu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2011)
영화, 만화적 상상력을 넘어 만화와의 매체적 융합을 시도하다. 정말 한없이 유치하지만 컬트적인 매력이 있달까. 몇몇 장면의 빛나는 아이디어는 정말 훔치고 싶을 정도. 하지만 기대했던 배틀 장면이 상당히 맥빠지는건 좀… 사상최고로 쿨한 게이 캐릭터가 나온다는 점은 굿.

Blu 트론 레거시 : 새로운 시작(2011)
팬덤을 위한 현란한 추억 되새김질. 끝내주는 화질/음질에 대만족하고 다프트 펑크의 음악에 흐뭇하다가 심심한 연출에서 뭥미. 스토리나 설정은 무척 매력적인 편이나 전작과의 접점이 많아서 전작과의 합본이 출시되지 않은 건 아쉽다. 장사를 몰라 장사를.

Blu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 3D(2010)
폴 W.S. 앤더슨의 귀환으로 수렁에 빠진 시리즈가 화려하게 부활하기는 개뿔 관뚜껑 덮고 못질까지 된 상황. 몇몇 액션신의 3D 효과는 실사영화 중 발군이지만 우선 영화부터 제대로 만들자 좀.

Blu 라푼젤(2011)
가장 디즈니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명가의 화려한 부활을 견인한 디즈니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탄탄한 캐릭터와 스토리 위에 환상적인 영상, 알란 멕켄의 음악으로 마무리한 만듦새에서 전율마저 느껴진다. 우리말 더빙도 훌륭.

Blu 아이언맨 2(2010)
활약할 때보다 조립될 때 더 매력적인 간지깡통로봇. 마지막에 김새는 기승전픽의 구조가 더욱 공고해졌다(…). 최신 블록버스터이니만큼 AV퀄리티는 확실하다.

Blu 핸콕(2008)
전반부의 빅재미가 뒤로 갈수록 오그라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는 설정에 질식시켰다는 인상. 샤를리즈 테른의 매력적인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

Blu 렛미인(2008)
그림자 속을 살아가는 소년 소녀의 서늘한 사랑 이야기. 작품을 지배하는 신비함이 [스웨디시 무비]™(from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준다. 마지막 모스부호의 의미를 알게되면 사랑스러움은 두배로 증폭된다.
참고로 영화 [렛미인]의 마지막 모스부호는 •ㅡㅡ•  ••ㅡ  •••  •••  풀이하자면 PUSS. 스웨덴어니까 구글 등에서 영어로 변환해보자.

Blu 그라인드하우스(2007)
막나가는 감독 두 명이 뭉쳐 '브레이크가뭐죠먹는건가요우걱우걱' 작정하고 찍은 B급 동시상영 영화. 원작의 의도적인 필름훼손 효과 때문에 화질이 가장 드러운 블루레이로 등극. 개별 개봉판본보다 러닝타임은 줄었지만 페이크 예고편이 추가됐다. 로드리게즈의 [마쉐티], 롭 좀비의 [나치의 늑대 여인], 일라이 로스의 [추수감사절], 에드가 라이트의 [Don't] 모두 낄낄거리며 보기 적절. 나쵸 그란데에 병맥주 하나 들이키며 볼 때 가장 어울리는 영화.

Blu 아바타(2010) ★
명불허전 그래픽 / 비교불가 퀄리티 / 천지창조 디테일 / 장인정신 카메론 / 액션쾌감 본좌급 / 아버지도 우왕굿 / 근데이거 [늑대와 함께 춤을] 우주버전?

Blu 하이스쿨 뮤지컬 3(2010)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라. 디즈니의 초특급 흥행작,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보여주다. 판타지나 다름없는 엄친아 인물들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건 노래와 춤의 힘이 아닐지. 3년간 이스트 고교에 푹 빠졌던 팬이라면 피날레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터. 블루레이 퀄리티가 기대 이상. 화질, 음질, 서플 모두 수준급.

Blu 미녀와 야수 다이아몬드 에디션(2010)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의 재확인. 영상미, 음악의 가장 완벽한 조화가 아닐지. HD영상이 탁월하다. 이후 출시될 라이언킹, 판타지아가 기다려진다.


3. 도서 단평

TXT 007 카르트 블랑슈(2011, 뿔) ★
50년도 넘은 전설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본드 연대기. 벤틀리GT를 몰고, 스마트폰 앱으로 상대를 추적하며, 자기가 고안한 칵테일의 이름을 고민하고 있는 '스파이 3년차' 007, 역시 끝내준다.

TXT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2011, 뿔)
웬만한 007 영화 다섯편 합친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007 소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최고로 좋아하는 007 소설로 남을 듯 싶다. 참고로, 주인공은 제임스 본드가 아니다(!?).

TXT 007 죽느냐 사느냐(2011, 뿔)
미국과 자메이카를 넘나드는 블록버스터의 정수. 전개와 스케일, 액션까지… 영화 007과 가장 유사한 느낌이랄까. 악당 미스터 빅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영화에선 바보 같았는데(…).

TXT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11, 뿔)
007다운, 그리고 가장 007답지 않은 작품들을 모아둔 단편집. 심지어 본드를 이야기의 조연으로 강등(!)시키기도 한다. 후일 영화로 재탄생되는데 일조한 단편들도 한가득. '퀀텀 오브 솔러스'의 뜻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TXT 007 카지노 로얄(2011)
헐리우드 액션히어로 아닌 인간 제임스 본드를 만나는 황홀함을 무엇에 비할까. 이언 플레밍의 디테일한 묘사,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출간 후 50년도 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TXT 노인의 전쟁(2009, 샘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걸작 [스타십 트루퍼스]의 청출어람격 오마주. 75세 이상이 되야만 입대할 수 있는 우주개척방위군을 소재로 아주 걸출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뒷표지에 스포일러 제대로 터지는 건 에러

TXT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2011, 뿔)
본격 시간도둑. 1부가 추리물의 성향이 강했다면 2부는 스릴러(+액션) 느낌이랄까. 괴팍한 여주인공 리스베트의 과거사에 집중한 2부. 범인의 의외성, 반전의 측면에서는 1부보다 약하지만 사건의 속도감이나 긴장감은 우위.

TXT 헤일로 1 - 리치 행성의 함락(2011, 집사재)
이미 전설이 된 비디오게임 [헤일로]의 매력적인 세계관을 소설로 만날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원작에 대한 무한애정이 느껴지는 수준급의 번역 덕에 읽는 맛이 몹시 찰지다. 원작 팬이라면 두 번 읽을 것! 원작 게임의 인기(헤일로3는 발매 첫 주 수익이 3억 달러를 돌파)에 기대기 보다는 작품 속 세계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바람직한 소설화. 후속작들도 국내 출간이 예정돼 있어 기대치가 더욱 UP!!

TXT 보르 게임(2008, 행복한책읽기)
이미 전설이 된 비디오게임 [헤일로]의 매력적인 세계관을 소설로 만날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원작에 대한 무한애정이 느껴지는 수준급의 번역 덕에 읽는 맛이 몹시 찰지다. 원작 팬이라면 두 번 읽을 것!

TXT 테르마이 로마이 1(2011, 애니북스)
현대의 일본으로 날아간 고대 로마의 목욕탕 설계기사 루시우스. 그의 좌절과 감탄과 "맛, 맛있다!"는 오늘도 계속된다.

TXT 영원한 전쟁(2005, 행복한책읽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에 대한 (SF팬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반박. [스타십 트루퍼스]의 장갑보병 등 매력적인 요소를 오마쥬하면서도, 진중한 시각으로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하는 걸작. 엔딩이 주는 감동은 비교불허의 경지다.

TXT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2011, 함께읽는책)
성가시고 혐오스러운 → 함께 살아가는 → 인간의 기생을 허(許)해준 집안의 진정한 주인 '곤충'에 대한 은밀한 에세이.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랄까. 귀엽고 감각적인 북디자인.

TXT 1초 후(2011, 오픈하우스)
전기가 사라졌다. 미국이 사라졌다. 문명이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 단 1초.

TXT 언더 더 돔(2011, 황금가지)
고립된 공동체가 얼마나 미쳐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스티븐 킹식 리포트. 무대가 되는 메인주 체스터스밀 마을은 9.11 이후 미국 사회가 겪어야만 했던 모든 갈등과 광기와 혼돈이 재현된 미니어처다.
[셀]을 읽으며 이 양반이 힘이 빠졌나 했다. [다크타워]를 읽으며 이런 귀기(鬼氣)를 다른 작품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거대한 돔 속에 갇힌 인간군상들의 처절한 생존기 [언더 더 돔]은 모든 걱정을 한번에(카붐!) 날려버렸다. 명작이다.

TXT 플래티나 데이터(2011, 서울문화사)
추리라는 형식을 빌어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DNA 수사라는 소재는 특이했지만 메시지는 의외로 평이했다.

TXT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 뿔)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면 이 책은 시간도둑. 이 시리즈가 작가의 유작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뛰어난 작품. 폭넓은 지식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전개, 매력적인 인물의 앙상블.

TXT 인구조절구역(2011, 북스토리)
치기어린 상상력, 빈약한 플롯, 어처구니없는 인물의 삼위일체. 종이가 아까운 책은 간만이다.

TXT 길상천녀(2010, 애니북스)
"풋사과같은 애송이들아, 이 만화를 보기 전까지는 팜므파탈을 논하지마라!" 1983년 작품인지라 막장드라마의 클리셰가 보이긴 하지만 연출과 심리묘사는 작가의 명성이 아깝지 않을 정도. 인상 깊은 대사는 "
떠벌려서 좋을 일이 아니야…사람의 소문은 진실이 그대로 전해진 전례가 없어. 태곳적부터."

TXT 아이 엠 넘버 포(2011, 세계사)
괜찮은 헐리우드 SF영화의 스크립트를 읽는 것처럼 잘 읽히는, 그만큼 잘 휘발되는 하이틴 SF소설. 시리즈로 만들기 딱 좋은 설정과 속도감 있는 전개, 액션이 일품. 주인공이 성장하는 것만큼 다음 작품에선 좀 더 무게감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TXT 멋진 징조들(2003, 그리폰북스) ★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중 하나). 이 책만 3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신판이 반값 할인할 때 "이런 세상에, 반값에 살 수 있잖아?"가 아니라 "어머나 한 권 값에 두 권이나 살 수 있잖아!?"라며 2권을 사버린 전력이 있다.

TXT 신들의 전쟁(2008, 황금가지) ★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완독. 어떤 책을 읽으면서, 책장마다 문장마다 설명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깃들어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절정을 향해 가다가 성급히 봉합된다는 아쉬움은 잠시, 사뿐하지만 진중하게 마무리되는 이 '神들린' 작품에, 인간인 독자로서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경배를 바친다.

TXT 브이 포 벤데타(2008, 시공사)
바로 지금 여기,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두가 읽어야할 작품. 앨런 무어의 경이적인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의성어를 집어던진 데이비드 로이드의 그림은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TXT 쇼핑학 - 우리는 왜 쇼핑하는가(2010, 세종서적)
쇼핑하는 것은 지름신이 아니라 나의 뇌다. 뇌신경학과 소비/마케팅의 흥미로운 만남인 '뉴로마케팅'의 최전선에 있는 책. 담뱃값의 경고 문구가 흡연욕구를 자극하고 있을 줄이야!

TXT 견인도시 연대기③ - 악마의 무기(2010)
도시를 집어삼키는 도시. 이만큼 탁월하고 매력적인 상상이 어디 흔하겠는가. 


5. 공연 단평

PLAY 키사라기 미키짱(2011)
조금은 마이너했던 한 아이돌의 기일, 한 자리에 모인 수상한 사람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삼촌팬(=덕후)들의 무한 추리극. 반전이 너무 많은 게 반전!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신 없이 진행되는 게 매력. 주연급인 김남진 씨(더블캐스팅 중 '미키'팀)의 연기가 손이 곱을 정도로 어색했던 것은 흠.

PLAY 모차르트!(2011) ★
청년 모차르트와 뮤즈 아마데, 같지만 다른 두 존재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천상의 하모니. 공들인 연출과 힘있는 노래, 매력적인 배우가 인상적. 새롭게 투입된 '동차르트' 전동석의 무대는 기대 이상의 에너지(와 미모)를 보여줬다.

PLAY 잇츠유(2011)
적당히 상큼하고 적절히 오글거리는 가벼운 로맨틱 연극. 소규모 연극에서 단연 돋보이는 멀티맨의 활약이 훌륭.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끝내주게 잘생겨서 두근두근(…ANG?).


6. 게임 단평

PS3 인퍼머스 2(2011)
히어로가 되고 싶은가? 이 게임을 해라. 선과 악으로 나눈 전개 방식이 다소 거칠긴 해도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샌드박스 게임. 그래픽과 조작 모두 수준급.

PS3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2010) ★
최근 플레이 게임 중 베스트. 다채로운 미션구성,승리의 레벨디자인, 말 빼고 훌륭한 그래픽(본격로마투어), 흡입력 있는 스토리… 쾌적한 멀티플레이도 파고들만 하다. 시리즈 넘버로 따지면 2.5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스템적으로 완성돼 있던 전작을 부담없이 계승하면서도 멀티플레이라는 신요소를 도입해 우려먹기 논란을 비켜 간 점이 무척이나 똑똑하다. 암살을 소재로 한 멀티플레이는 무척 신선한데 마구잡이식 데스매치가 아닌 암살목표를 추적해 살해하고 자신은 암살자를 피해 달아나는, 이른바 쫓고 쫓기는 긴장감은 여타 멀티플레이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라 더 빠져든다.

PS3 킬존3(2011)
박진감 넘치게 졸리는 그래픽 종결자 FPS 게임. 스토리의 심심함이 양념 없이 먹는 곤약 수준인데 그마저도 뚝뚝 끊어먹는 연출과 평면을 넘어 오목렌즈스러운 캐릭터들의 발연기까지 더해져 당혹스러울 정도로 지루하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꽤 재미있다는게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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