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4일
[서적] 타이거! 타이거! Tiger! Tiger!
# 경어는 생략했습니다.
## 소비넷 복원 사업 no.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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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타이거! Tiger! Tiger!
(a.k.a.) The Stars My Destination
(a.k.a.) The Stars My Destination
──────────────────────── [TXT]
publishing : 그리폰 북스
author : 알프리드 베스터 / 최용준 역
price : 11,000원
author : 알프리드 베스터 / 최용준 역
price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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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읽기 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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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寺田克也 ペインタボン! 테라다 카츠야 페인터본!)
★ 복수는 나의 것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 중 가장 격렬하고 위험한 것이 있다면 바로 복수심일 것이다. 복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 차가운 이성을 불같은 야성으로 또는 그 반대로 뒤바꿔 놓을 수 있다. 복수를 다짐한 눈동자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복수는 분노의 아내이고 정의의 어머니이며 잔혹의 아들이자 순수의 딸이며 기만의 벗, 용서의 적이다. 복수는 선하며, 또한 악하다. 그것은 나면서부터 선과 악의 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한 저돌성, 다른 모든 감정들을 너울너울 덮어가며 한가지 색으로 물들여 가는 그것의 치명성은 - 그 복수의 대상만 제외하고 -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지상에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은 비극이다. 그 비극의 주인공이 무저갱에서 가까스로 기어 나와 "어떤 놈이 밀었어!?"(...)라며 분노를 쏟아낼 때 우리는 복수를 본다. 올바른 복수는 없지만 온당한 복수는 존재한다. 타의로 인해 비극의 진흙탕에 내던져진 자가 이유 있는 복수를 다짐할 때 우리는 그의 편에 선다.
"오른 뺨을 맞았으면 왼 뺨을 마저 내밀라"라든가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다" 같은 온화한 말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부처님도 못되고 예수님도 아니다. 성자(聖者)가 되지 못할 바에야 '당한 만큼 갚아줘야' 마땅치 않겠는가. 이것이, 저열하지만 그럼에도 자연스러운 (보통) 인간의 속성이다. 통쾌한 되갚아주기.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 나의 복수는- 이처럼 평범한 사람 누구나 통감할 수 있는 대중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
★ 때론 차가운 손을 잡는 것도 필요한 법
'생존(生存)'에 대해 얘기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욕망이겠지만 그 중 하나 '생존의 욕구'는 누구라도 당연한 인간의 지상명령이자 모든 생명체의 욕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범인(凡人)은 초인(超人)이 된다'.
그렇다면 생존의 희망을 박탈당한 자의 감정은 어떨까. 생명이 누릴 온당한 권리, 최후의 보루 생존권이 무참히 유린되었을 때, 다가온 죽음 곁에는 분노와 복수가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복수의 차가운 눈길을 받으며 어쩔 수 없이 죽음과 동행하겠지만, 아주 가끔은 죽음의 손길을 뿌리치고 복수의 광기 어린 얼굴과 마주하는 사람이 있다. 복수는 살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 줄 정도로 친절하진 않지만, 그것의 메마른 손을 잡은 순간 깨닫게 된다. 이 손을 놓기 전까진 죽음도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바로 그런 이유로, 복수하기 위해 살아남은 한 남자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제목은 [타이거! 타이거!]라 한다.
★ 상스러운 남자
걸리버 포일은 상스러운 남자다. 25세기의 혼돈기를 살아가는 빈민가 출신의 삼등 기관사인 그는 농담을 알아듣기엔 머리가 둔했고 우정을 나누기엔 공허한 인간이었으며, 사랑을 하기엔 너무나 게을렀고, 무기력한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30년 간 살아온 자였다. 그런 포일이, 타고 있던 우주선 '방랑자NOMAD'호가 난파되어 170일간 홀로 우주공간에서 표류하는 동안 상스럽고 무기력한 인간에서 다른 무언가로 변할 계기를 갖게 된다. 단 하나 남은 기밀실, 거인의 관 같은 도구창고. 우주복 안의 공기로만 버틸 수밖에 없는 바깥에서의 5분. 일주일마다 남는 산소통을 찾아 그 5분 안에 교체해야하는 우주 러시안 룰렛. 마찬가지의 5분으로 식료품 창고에서 음식과 물을 챙겨오는 죽음에 한없이 가까운 생존을 하며 반년을 지낸 포일은 어느 날 다가오는 우주선을 보고 미친 듯이 구조신호를 보낸다. 천사, 프레스타인 기업의 우주선 '보가-T:1339호'는 광희하는 포일을 지나쳐 멀어져간다. 지나쳐간 5초 동안 한 남자는 하찮은 인간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살아야할 이유, 복수가 그 안에서 나와 차갑고도 메마른 손을 내밀었다.
"보가...보가-T:1339. 보가, 갈기갈기 찢어주마."
보가에 대한 복수심은 포일의 두뇌를 전에 없이 회전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지독한 상황에서 자력으로 탈출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들 중 하나에서 기괴한 원주민에 의해 얼굴 전체를 뒤덮는 호랑이 무늬와 이마에 '방랑자NOMAD'라는 문신을 얻게 된다. 악마와도 같은 얼굴은 결국 새로운 포일을 만든다. 형태가 내용을 결정하고 이름이 본질을 변화시키는 것. 본말전도의 역설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하튼 과거의 포일은 죽어 복수의 화신인 한 마리의 야수로 부활했다.
이 야수는... 바보랄까. 돈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보가호를 '찢어 죽일' 군자금이 생겼다고 좋아하고 지옥 같은 지하 형무소를 탈출하면서도 '복수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고, 평생하지 않던 공부를 하며 '복수를 위해'라고 중얼거리는 이 복수 바보는 누군가에게 핀잔 섞인 충고를 듣기 전까진 보가호를 그렇게 움직인 사람이 아니라 보가호 자체, 금속덩어리 우주선만 죽여버릴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렇듯 심각하게 부족한 지성에 부합하는 무차별성과 저돌성은 다른 소설의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른 매력 정도로 다가왔다. 하지만 처음엔 단지 이색적이기만 했던 광폭한 야수가 이윽고 생각하는 짐승이, 진정한 인간이 됐을 때 걸리버 포일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매력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 모두가 어른이 되어야 할 때
이 소설의 핵심적인 소재는 '존트'라고 불리는 일종의 순간이동이다. 25세기 찰스 폰트 존트라는 학자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 현상은 정신 감응을 통해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곳(개인에 따라 8 km에서 1,600 km까지)으로 한 순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경은 무의미해졌고 무역은 쓸모 없어졌으며 수많은 산업이 망했다. 범죄와 전쟁이 들끓었고 사회구조는 붕괴됐다. 기형과 괴물과 기괴함의 시대, 인간의 잠재력이 폭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화두는 개인의 복수극이란 대중적 소재치고는 상당히 무겁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를 두고 그것을 통제하려는 자들은 과연 그럴 권리가 있을 것인가?. 절대 다수의 일반인은 그저 따라갈 뿐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책임도 인식도 없이 어리석은 양처럼 내몰릴 뿐인가 - 라는 물음이 결코 가볍지는 아니리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소수의 철인(哲人)이 그들의 지혜와 능력으로 사회를 이끌 때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철인정치는 '대중의 지적 수준은 최악이다. 우수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라고 말한 바 있는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과격한 발언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편협한 우성(엘리트)주의'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개인이 아닌 사회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발상 또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이상주의에 다름없다. 검증된 안정성과 효율적 운영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결국 소수에 의한 '지배' 정치인가, 수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을 거쳐 이룩한 상처투성이의 연약한 민주주의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는 단순히 효율과 이상향, 지배와 혼란으로 나눌 수 없는 것이기에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 알프리드 베스터는 걸리버 포일을 통해 그 고민과 성찰의 결과를 '모두가 어른이 되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작품 속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아까도 말했듯이 존트의 한계는 한 번에 1,600 km이었고 어느 누구도 우주를 가로질러 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 우주 존트를 시도한 사람은 사라져 목적지는커녕 어디서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에 걸리버 포일이 표류하던 당시 무의식중에 100만 km나 존트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 남자의 복수극은 인간의 폭발적 변화, 잠재적 가능성의 전주곡과 협주되기 시작한다.
이곳과 저곳. 이곳에서 저곳으로 간다는 행위는 속도에 시간을 곱한 만큼의 거리만큼 공간을 이동했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완고한 이 물리 법칙은 물체가 터덜터덜 맨발이든 시속 340 km로 질주하는 포르쉐든 격발음과 동시에 상대의 심장을 후벼파는 탄환이든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하지만 그 속도가 초속 30만 km 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더군다나 순간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존트로 100만 km를 이동한다면 광속을 능가하는 이동, 즉 초광속 이동이며 수많은 SF에서 말한 바대로 초광속 이동은 시간이동을 뜻한다. 이곳과 저곳, 과거 혹은 미래. 언제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은 인류 진화의 혁명이며 전우주적 주인의 등장이다. 이와 함께 의지(생각)만으로도 발화해 지구는 물론 은하계까지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신물질 PyrE [파이어]까지 포일의 복수극에 가담하므로써 주제는 더없이 깊어지고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간다.
인류의 미래와 세계의 흥망을 결정할 수 있는 기술과 물질. 포일은 그 두 가지를 뛰어난 소수가 아닌 모두에게 나눠주라고 말한다.
"그들이 책임감 없는 어리석은 아이일 뿐이라면 이제는 어른이 되게 할 때다"
포일은 인간이 삶과 세계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세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뛰어난 소수, 포일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랑이 같은 인간들'은 세상에 명령할 것이 아니라 가르쳐야 하며, 뛰어난 자가 있다면 모두 배워 다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力說)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은 포일 자신이 보통 이하의 '상스러운' 남자에서 우주를,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존트한 첫 번째 신인류가 된 사실에서 왔다.
"난 사람들을 믿어. 내가 호랑이가 되기 전에 나 역시 보통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어. 나처럼 흠씬 두들겨 맞고나면 모두가 보통 이상의 인간이 될 수 있어."
책의 종반, 세상을 향한 포일의 마지막 일갈. 인류의 대각성을, 자신이 사는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책임과 권리를 자신의 두 손에 쥘 것을 외치는 그의 마지막 포효는 단지 한 삼등 기관사의 무식한 복수담에 동참했을 뿐인 독자에게 '정신차리라구, 친구. 난 더 이상 자네가 아는 삼등기관사 걸리버 포일이 아니란 말일세.'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너희들을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어
복수. 생존을 거부당한 자의 순수한 복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저열하며 강력한 그리고 통쾌한 1차원적 감정이다. 그런 매력적인 소재를 현란한 시각적 묘사, 극적이고 단순한 설정, 박력 넘치는 만화적 인물들을 통해 써내린 앨프리드 베스터의 작품은 대단히 대중적이고, 고로 쉽게 읽힌다. 일반적으로 짜릿한 이야기의 롤러코스터는 실제 롤러코스터가 그렇듯 빨리 끝나고 빨리 잊혀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이 독자는 물론 후배 작가들에게 여전히 사랑 받는 SF의 고전, 휴고상 1회 수상작이란 명성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SF史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걸작이 된 데에는 [타이거! 타이거!]가 단지 '짜릿하고 통쾌한 복수담'에 그치지 않는다는 반증일 것이다. [타이거! 타이거!]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하고 강렬한 이야기,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점이 아닐까. 다른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본인 역시 짜릿한 복수담을 읽다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이 작품을 다른 여느 작품보다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이제 한 때는 상스러웠고 종내는 위대했던 인간, 걸리버 포일의 마지막 말을 옮기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이것은 전직 삼등기관사이자 한 때의 야수이며 결국은 인간으로 남은 한 남자의 열정이자 사명이자 각성의 시간을 촉구하는 절박한 외침이다.
"너희들은 돼지야. 돼지처럼 바보라고. 너희들은 엄청난 것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거의 쓰지 않아. 내 말 듣고 있는거야? 수백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두푼 밖에 쓸 줄 몰라. 천재성이 있으면서 생각하는 건 바보 같아. 뜨거운 심장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너희 모두가 말이야. 너희는...
전쟁을 벌여 너희들을 전부 써버려. 참담한 꼴을 당한 뒤 생각을 하라고. 너희들을 위대하게 만들 도전을 해. 나머지 시간에 빈둥거리란 말이야. 이 돼지들아! 좋아,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도전을 하지. 죽든가 아니면 살아서 위대해지라고. 터져서 저 세상으로 꺼지든가 아니면 이리 와서 나를 찾아봐. 걸리버 포일을 찾으란 말이야. 그럼 내가 너희들을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어. 위대하게 만들어주겠어. 별을 따다 주겠단 말이야."
‥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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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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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6/07/04 00:01 | 컬쳐 캘린더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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