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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로봇 I, ROBOT

# 문체상 경어는 생략했습니다.
## 소비넷 복원 사업 no.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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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 I, ROBOT

──────────────────────── [DVD]

production : unknown
director : 알렉스 프로야스
actor/actress : 윌 스미스
place : 내무실
price : 8400 won (폭스 바겐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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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읽기 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 명백한 스포일러 부분은이렇게# 로 처리했습니다. 드래그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20자평 : 때론 자신이 다리미보다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영화

 
감정과 개성, 즉 자아를 지닌 로봇은 인간의 영혼을 지닌 기계와 기계 몸에 깃든 인간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비슷비슷 말 장난 같은 얘기지만 어느 쪽이 주가 되는지는 꽤 중요한 점이다.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생각하는 로봇은 말 그대로 '처럼'이다. 결국 주는 기계요, 로봇이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은 논리회로의 정교함이오, 인간처럼 행동하는 건 프로그래밍의 결과물일 뿐 - 수학적 계산 과정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 반대로 '기계 몸에 깃든 인간'이란 표현은 인간이 주가 된다. 지독한 근시인 내가 '안경'이란 도구의 힘을 빌려 사물을 보고, 불의의 사고로 사지를 잃은 사람들이 인공 의수, 의족을 달고 활동하는 것처럼 몸이 '심각하게' 불편한 누군가가 활동을 위해 로봇을 도구삼아, 제몸삼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 역시 인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자아라는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곤 하지만 사회화와 교육을 통해서만 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100 % 선천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백번 양보해서 무에서 창조된 (자아를 지닌) 로봇을 인간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더라손 적어도 인간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지적인 생명체'로 봐야할 것 같다.

"생명을, 인간을 규정하는 건 고스트(정신)."
유명한 누군가(공안 9과의 모토코 소령) 한 말이니 믿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웃음).

I, ROBOT. 그 의미는 'I = ROBOT' 혹은 'I am ROBOT'일 것이다.
나. 의인화를 하지 않는 이상 인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주격대명사 '나(I)'와 '로봇(IT)'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저는 냉장고입니다. 제 문을 꼭 닫아주세요'라는 말 속에서 '나(저)'는 냉장고 기계의 제조업자가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주어를 냉장고로 바꾼 것일 분, 녹음되어 있는 패턴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 NS-5, 써니가 말하는 '나'는 냉장고나 다리미의 '나'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나의 존재를 인지하고 내 의지대로 행동하며 형이상적인 문제로 고뇌하는' 누군가 아니 무엇이 말하는 '나'는 인간의 '나'와 다르지 않다.

로봇을 싫어하는 형사 스푸너와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 써니의 첫만남은 용의자와 형사라는 딱딱한 관계에서 시작하지만, 동료/친구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에서 어린 소녀를 구하라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생존 확률이 높은 자신을 대신 구한 로봇 때문에 로봇을 불신하게 된(..라기 보단 '저 놈들은 제아무리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도 본질은 합리성과 확률, 논리로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하다'라는 생각을 하게된) 스푸너의 입장은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 중 하나를 품고 있다.

인간은 지켜야 할 보편적 원칙이 있지만, 동시에 그 원칙을 어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인간은 인정(人情)상 거짓말을 하고, 봐주고, 넘어간다. 인간은 감정에 휘둘려 폭력을 행사하고 살해하고 사랑한다. 한없이 성스러워지기도, 악마보다 사악해지기도 한다. 댓가 없는 희생과 목적 없는 폭력이 공존한다. 도덕성은 원천적으로 강제되지 않고 단지 법이나 양심같은 외적/내적 수단으로 얄팍하게 보호되고 있다. 무언가를 지킴과 동시에 파괴할 수 있는 자율성의 존재는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건이 아닐까. 원칙을 어기는 파격은 진화와 발전을 가져온다. 불을 발견한 유인원은 '번개치는 날엔 얌전히 동굴 속에 있어라'라는 원칙을 어긴 망나니였을 것이다. 반면 스푸너가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로봇은 의식의 밑바닥에 새겨져 있는 절대 진리 - 로봇의 삼원칙을 지니고 있다. 제 아무리 똑똑한 로봇이라도 1mm도 어긋날 수 없는 이 원칙은 로봇을 결코 인간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없게 만든다. (설령 높은 단계로의 도달이 아니라 '격하'라고 해도) 영화 속에서 (스포일러입니다. 드레그해서 보시면 됩니다) # '인간을 지키기 위해 내가 통제하겠다.'라며 되도 않은 반란을 꿈꾸는  비키(컴퓨터, 여) 역시 # 나름대로 창의적인 생각을 했지만 실은 '인간을 지킨다'라는 로봇 3원칙을 너무 곧이곧대로 생각한 어리석은 결과일 뿐이다.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인공지능 컴퓨터 스카이 넷 역시 '적을 섬멸한다'는 기본 설정이 '적 = 인간' 으로 계산되는 바람에 미쳐버린 것으로 볼 수 있을테고 말이다.

여기 하나의 원시인 집단과 최고급 사양의 로봇이 있다고 하자. 한 쪽은 이제 막 나무에서 내려왔다고 해도 좋을만큼 지성과는 거리가 먼 친구들이고 다른 한 쪽은 초당 몇 조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지성 넘치는 로봇이다. 100만년만 기다려보면, 원시인 친구들은 지구의 대부분을 바글바글 덮은 채 전쟁을 일으키고, 사랑을 하고, PSP와 mp3와 영화와 로봇과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냈을 터이고, 최고급 사양의 로봇은 여전히 '엄청나게 빠른 계산기'일 것이다. 이 모든 차이는 번개 치는 날 동굴 밖에 나가지 말라는 원칙을 어긴 원시인 친구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실수하고, 바보처럼 굴고, 여자 친구가 고민을 얘기할 때 '듣고보니 너도 잘못 했네'라고 말할 정도로
어리석을 수 있기에 인간인 것이다.

대충 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을 스푸너 형사는 '스스로'를 인지할 수 있는 불량품 써니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저 '좀 더 정교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너무나도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준 써니는 점차 로봇 이상의 존재로 인식되고, 결국 영화의 종반부 # 자기 대신 (살 가능성이 훨씬 없어보이는) 여박사를 구하라는 비합리적이고  인간적인(非로봇적인) 부탁을 들어준 # 써니를, 스푸너는 로봇이 아닌 동료로 인정하게 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원작 소설이 원체 뛰어나기도 했지만 영화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로봇이란 이유로 R등급의 각종 해체를 당하며 시각적 스펙타클을 안겨준 NS-5들의 살신성인 정신과 위화감없는 미래 도시를 그려낸 시각 효과의 출중함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미덕을 보여준다. [크로우], [다크시티]의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답지 않은 '밝은 톤'은 의외였으나 영화 속 주제는 이전 작품 못지 않게 무거운지라 감독의 취향은 어디 가지 않았다는 안도를 하게 된다.

나날이 발전하는 테크놀로지로 인해 언젠가 인간은 인간에 무한이 근접한 자아를 지닌 로봇을 개발해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정의같은 기본적인 개념부터 송두리째 뒤흔들릴 것이다. 다소간의 혼란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런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아니, 되려 내 생전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아를 지닌 로봇은 인간의 유일성을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이 넓은 외로운 우주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덧> DVD로서의 퀄리티는 '레퍼런스의 레퍼런스'급이다. DVD 매체 상의 한계라고 얘기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여 준다. 칼 같은 해상도, 흠을 찾아볼 수 없는 화면, 완벽한 사운드 등 발매 당시 화제가 되었던 타이틀이다. 20세기 폭스사의 레퍼런스 3형제 중 하나. (나머지 두 형제는 투머로우와 스타워즈 트릴로지). [인크레더블]이 CG애니메이션의 한계점이라면 실사 영화의 극단은 [아이, 로봇]이라 할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다. DVD 애호가에겐 필견(必見)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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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8. 08

[소비전대 ~Mad Tea Party] all rights reserved.

by Charlie | 2006/09/01 23:20 | 컬쳐 캘린더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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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6/09/02 00:55
(도플갱어)여자친구의 고민이야기를 들을때 '너도 잘못했네' ...;;
정말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군요.. :)
(잘 쓰신 이야기에서 그런것만 집어내다니..;)
Commented by SEGAKUN at 2006/09/02 02:34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영화중에선 블레이드런너와 에어리언4가 가장 알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거기 나오는건 인간답지 않은 인간과 인간보다 훨씬 인간다운 사물의 이야기 입니다만...
Commented by alendeil at 2006/09/02 11:00
웃웃. 영화 보고 나서 써니 같은 로봇 하나 가지고 싶었어요. (아니면 그냥 일반 NS5 라도;)
기회되면 DVD 도 구입하고 싶네요.
Commented by Charlie at 2006/09/03 02:04
도플갱어님/ 사실 저 글을 쓰면서 '이거다!' 싶은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SEGAKUN님/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존재'를 다룬 영화라면 [A.I.]와 [터미네이터2], 말씀하신 [블레이드러너] 정도를 인상 깊게 봤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인상깊게 본 영화는 [오스틴 파워]입니다. 당연히(퍽)

alendeil님/ 굉장히 유용할 것 같지 않습니까? DVD는 가격도 워낙 싸니 구매하셔도 재정상 타격은 없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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