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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는 도구를 탓한다

어제 인사동으로 출사를 다녀왔습니다.
수업의 두 번째 출사 주제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인사동' 이었거든요.

인사동으로 가기 전에 얼마 전에 원래 있던 렌즈캡(주1)을 분실해서 새로 사러 남대문 카메라 상가에 들렸습니다. 펜탁스 오리지널 렌즈캡이었는데...아부지 죄송해요 T-T 아무튼,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원래 남대문에 'Good & Good'이라고 유명한 카메라 상가 건물이 있는데, 이곳의 호객 행위가 거의 용산 수준이랍니다. (뭐찾으세요얼마까지알아보셨는데요) 그런데 친구가 추천해주는 곳은 상가 옆의 교회 입구로 들어가 5층까지 올라가면 한 구석에 있어서 호객 행위의 압박을 감내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가게 주인분도 정말 친절하시더군요. :-)

주1) 랜즈캡 - 렌즈 앞을 덮어 보호해주는 뚜껑. 일반적인 자동 카메라나 디카와는 달리 렌즈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밖에 UV필터 등의 값싼 필터를 렌즈 앞에 장착해 렌즈가 직접 노출되는 걸 방지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저가형 렌즈캡('쁘레메'라는 브랜드)을 2개 사고 (3,000원 * 2), 그냥 나올려는데 입구 쪽 안내판에 쓰여있는 '카메라 가방 50% 할인!'을 보는 순간 (몸도 마음도) 180도 턴 해버렸습니다. 샀어요, 사버렸어요 ;ㅁ; (12,000원) 평소에 렌즈는 조그마한 가방에 집에 있던 스폰지같은 완충 소재로 싸서 넣고 다니는지라 항상 불안했거든요. 그래서 하드보드지로 렌즈 케이스 자작이나 해볼까 하던 참에 할인 행사를 목도하다보니... (아줌마냐 너)

이것이 바로 화제 할인의 주인공 12,000원 짜리 니콘 (대형) 카메라 가방입니다. 네, 니콘입니다 :-)
아무리봐도 라이센스 제품은 아닙니다.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가격으로 캐논도 있었거든요. -_-;;
크기는 높이 20cm * 너비 30cm * 폭 11cm 정도입니다. 수치상으로나, 이름(대형) 상으로나
상당히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담하다'는 인상입니다.

내부는 이렇습니다. 싼 가격치고는 꽤나 견고하단 인상입니다.
사면이 완충 소재로 되어있고, 역시나 완충 소재로 된 두 개의 칸막이가 있습니다.
칸막이의 끝단은 밸크로 처리가 되어있어 위치 이동이 가능합니다. 덮개 쪽에 그물망 주머니가 하나,
앞 쪽에는 얇은 주머니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가방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
(좌로부터) 잔기능은 전혀 없는 스트로보(플래시), 블로어(주2)와 안경 닦는 천, 렌즈와 카메라 바디.
주인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카메라가 슬림한 편이라 이것 저것 야무지게 들어가는 편이라고 하시더군요.
일반적인 DSLR은 렌즈를 장착한 바디에 추가 렌즈 하나 넣으면 그다지 여유가 없는 크기의 가방이라고 합니다.

주2) 블로어(blower) - 고무로 된 부분을 눌러 발생시킨 압력으로 바람을 뿜어내는 도구. 그러니까 입으로
불어서 먼지를 털어내는 것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침 튈 일(...)이 없고, 바람이 훨씬 세다는 것.

렌즈의 구성은 (좌로부터) 80-200mm 망원 줌렌즈(F 4.5), 28mm 광각 단렌즈 (F 3.5),
그리고 50mm 표준 단렌즈 (F 1.4) 입니다. 뭔가 써놓고 보니 이상한 말(주3)만 잔뜩..-_-;;
사진을 좋아하셨다는 아버지의 센스를 새삼 느끼고 있는데, 사진 촬영과 대상 표현에 있어
필요한 렌즈는 모두 확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_<

주3) 이상한 말 - 저도 잘은 모르는 내용이지만, 렌즈의 수치 중 mm는 초점 거리를 나타냅니다.
초점 거리가 50mm면 평소의 시야와 거의 비슷한 표준 렌즈, 35mm 이하면 화각(카메라의 시야)이
넓은 광각 렌즈, 80mm 이상이면 화각은 좁은 대신 먼 곳의 물체를 확대시켜 보여주는 망원 렌즈입니다.

좀 더 자세한 구분으로 24mm 이하는 초광각 렌즈, 80 - 105mm 사이는 장초점 렌즈,
135 - 200mm 는 망원 렌즈, 400mm 이상의 초망원 렌즈 등으로 나누기도 합니다만 전 간단하게 ^^;;

렌즈에 따라 조리개 최대 개방 수치가 다릅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저가냐 고가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F 1.4 는 굉장히 밝은 편입니다. (현재까지 F 1.2가 최고 수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리개 수치가 높으면 (즉 어두우면), 사진의 노출을 확보해주기 위해서 셔터 속도를 줄이거나,
플래시를 터트리거나 하는 등 광량을 확보하기 위한 부가적인 작업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최대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즉 밝을수록) 촬영에 용이합니다. 그렇다고 조리개는 열어줄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최대 개방 상태에서는 워낙 초점이 맞는 범위가 좁기 때문에 ('심도가 얕다'고 표현합니다) 피사체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코에 초점을 맞췄더니 귀가 날아가더라..는 식입니다. ^^;;
전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물 사진에서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F 2 - 2.8 정도, 배경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F 8 전후 혹은 그 이상의 조리개 수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또 초점 거리가 고정되어 있는 렌즈는 단렌즈, 위의 80-200mm 렌즈처럼 초점 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렌즈를 줌렌즈라고 합니다. 줌렌즈는 필요에 따라서 자기가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점 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디카의 줌-인/줌-아웃 기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나의 렌즈로 여러 개의 단렌즈를 쓰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줌 렌즈가 무조건 좋다 - 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복잡한 구조로 인한 무게 부담과 고장의 위험,
단렌즈에 비해 떨어지는 렌즈의 밝기(물론 가격으로 극복 가능합니다;;), 표현력의 차이 등으로
단렌즈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50mm 렌즈를 장착한 펜탁스 MX.
클래식한 맛이라고 해야할까요. 무겁고,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들고 하나 하나 수동으로
맞춰줘야하는게 불편하지만, 그래도 하나 하나 배워가는 맛이 있는 기종 같습니다.

오늘은 그 동안 찍었던 필름과 책상 정리하다가 발견한 오래전 필름 하나 현상하러 갑니다.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또 포스팅하겠습니다. :-)

그나저나 돈 쓰는 취미만 점점 늘어가는구나 요녀석.

덧) '소인배는 도구를 탓한다'는 제목에 걸맞게 이래 저래 사기에 바쁜 나날입니다만, 카메라나 렌즈에 대한 욕심은 잠시 접어두고자 합니다. 제가 몇 십, 몇 백 만원짜리 렌즈에 걸맞는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지금 갖춰놓고 있는 장비들로도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넘치도록)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없는 필름 카메라의 단점 조차 '결과물을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느껴지기에 값비싼 DSLR은 아직까지 불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또 덧) AV (오디오/비디오) 역시 같은 생각으로 절대 업그레이드 안하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싸구려 앰프와 작은 스피커만으로도 어떻게 세팅하고 어떤 식으로 길들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값비싼 홈시어터를 완성해놓고 메뉴얼 한 번 읽어보지 않는 쪽보다 지금 있는 시스템을 100% 활용하는 쪽이 되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도구 탓하는 소인배가 아니라는 얘기가 되는군요.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by Charlie | 2007/04/14 13:20 | 소비전대 활동사항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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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망나니 찰리의 만물잡화.. at 2007/09/23 18:49

제목 : 소인배, 지르다
소인배는 도구를 탓한다 에서 트랙백합니다. 2007년 4월에 올린 포스팅에서 전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소인배는 도구를 탓한다'는 제목에 걸맞게 이래 저래 사기에 바쁜 나날입니다만, 카메라나 렌즈에 대한 욕심은 잠시 접어두고자합니다. 제가 몇 십, 몇 백 만원짜리 렌즈에 걸맞는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지금 갖춰놓고 있는 장비들로도 원하는 것들을충분히 (넘치도록)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없......more

Commented by 체셔 at 2007/04/14 21:19
수동카메라..무겁진 않으세요? 저는 한번 중고를 샀다가 목이 휘는 그 느낌에 다시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NONAME at 2007/04/14 22:52
졸업할 즈음에는 목이 타이슨과 같은 근육으로 휘감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입니까? 게다가 그러한 세트를 일찌기부터 구비해 두신 아버님은 이미 전신근육의 나이스 미들??!? / 도구 탓을 좀 하고는 싶은데, 그것도 부지런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이더군요.
Commented by SEGAKUN at 2007/04/15 01:42
그야말로 못할것이 없는 최선의 선택들이군요. 확실히 아버님께서 센스가 있으신듯 합니다 笑

랜즈는 현재 F 0.9까지 나와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다된다는 캐논에서 나온 표준랜즈중에 그런 물건이 있다더군요. 물론 가격은.....

처음에 사진을 배울때 광각과 망원은 거리의 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가르쳐주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거리는 중요한게 아니고 화각이 중요한거라고....화면을 크게 담고 싶을때는 광각을 그리고 화면을 좁게 담고 싶을때는 망원을 쓰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화각이 좁으면 좁을수록 사진은 평면적이 되고 화각이 넓으면 넓을수록 삼차원적인 구도가 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만.....이제 조금 깨달아간다고 할까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笑

줌랜즈는 확실히 단랜즈에 비해서 해상도라든지 밝기가 떨어지는 것이 분명하지만 확실하게 화각을 잡을수 없는 포지션이라든지 화각에 대한 이해가 모자랄때는 훨씬 편하게 사용할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순련도나 이해가 더 늘어난다면 단랜즈 쪽으로 선회를 하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줌랜즈 쪽이 싸죠...아무래도;;;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4/15 03:08
체셔님/ 제 카메라의 무게는 490g 정도로 꽤 무겁습니다. 때문에 목에 걸고 다닌달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넥 스트랩의 용도는 사진기를 놓쳤을 경우 기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과, 언제 카메라를 쓰게 될지 모르는 상황(스포츠 기자들이라던가)에서 바로 촬영하기 위해서 -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팟도 목에 걸면 무거운 판에 이렇게 무거운 녀석이야 당연히 어깨에 매든 가방에 넣든 해야죠. ^^

NONAME형님/ 위와 같은 이유로 근육과는 전혀 무관;;; / 뭐든 부지런한 사람은 못 당합니다 하아..

SEGAKUN님/ F1.2도 백만원대던데 0.9면...후덜덜. 일단 있는 렌즈로 열심히 배워볼 요량입니다. 하핫.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7/04/15 08:07
첫줄에 사로잡혀서 출사사진을 찾았으나……;;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4/15 13:53
달바람님/ 본의 아니게 낚시를 해버렸습니다;; 곧 올리겠습니다 ^^;;
Commented by ·경민· at 2007/04/15 22:42
찰리님하도 오덕화 급속 진행중(...)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4/16 23:39
경민군/ 오덕 아냐!
Commented by JJungbus at 2007/04/17 00:59
오돌?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4/19 01:21
JJungbus형님/ 그건 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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