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18일
[서적] 그것 It
# 문체상 경어는 생략했습니다.
## 소비넷 복원 사업 no.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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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It
────────────────────────[TXT]
production : 황금가지
author : 스티븐 킹
translator : 정진영
price : 상/중/하 각권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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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읽기 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 명백한 스포일러 부분은# 이렇게# 로 처리했습니다. 드래그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내 유년기의 끝은 언제였지?
생각해보면 그 끝은 대학교 1학년 때가 아니였나 싶다.
나이 스물에 유년기의 끝 운운하는 것이 우습게 보일 지는 몰라도 정말로 그랬다.
그 날은 이사온 지 일주일 즈음되는 날이었다.
대학 입학 후 우리 가족은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예전에 살던 집은, 살기엔 나쁘지 않은 곳이었지만 결코 좋지도 않은, 그런 곳이었다. 20 평 남짓한 집은 빼곡이 들어찬 세간 살림 때문에 마치 조개 같았다. 무계획적인 빌라 단지 조성으로 인해 내 방 창문에서 20 cm도 안 되는 거리에 옆집 창문이 있었고(일조권 이전에 프라이버시 침해가 문제였다), 거실 겸 주방에 있던 싱크대는 어머니께서 단청색 시트지로 직접 마감하셨지만 문을 열면 드러나는 싸구려 합판과 그것의 저급한 본질을 감추지는 못했고, 마찬가지로 합판으로 짠 책장이 위태롭게 걸려있는 내 방은 침대 매트리스 - 침대 없이 매트리스만 있는 - 를 제외하면 두 사람이 모로 누우면 꽉 차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집이었지만 썩 애정이 가는 집은 아니었던 그 곳을 떠나 넓은 새 집으로 간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새 집 냄새가 가시지 않던 그 집에서, 나의 유년기는 끝났다.
내 레고와 G.I. 유격대. 내 유년기의 상징이자 결정체였던 레고와 G.I. 유격대가 없어졌다.
이사 직후에는 정리하고 옮기고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대충 정리가 되고 나서 '그것'들을 떠올린 나는 아직 덜 풀린 내 짐을 뒤져봤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께도 여쭤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딘가에 있겠지"였고, 그 어딘가가 집안이 아니라 예전에 살던 집의 앞집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었다.
누군가는 "유치하게 그런 장난감을" 이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당신 역시 유치한 아이 아니었습니까?" 라고 되묻고 싶어진다. 조잡한 장난감은 천하무적의 로봇이 되고, 투박한 인형이 살아있는 친구 혹은 아기가 되던 시절 말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평균적인 상상력을 소유한 평범한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끝내줬다'. 하루는 정말이지 너무 길어서 계속 놀아도 해는 중천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동네는 정말 넓어서 매일 매일 새로운 곳으로 탐험해도 끝이 없었다. 친구들과 그저 가만히 서서 서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도 진짜 재미있는 놀이였다. 레고 블록 열댓 개만 있으면 우주비행선도, 제일 빠른 자동차도, 멋진 집과 로봇도 만들 수 있었다. 지금 들으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도 모두 진짜였다. 모든 일이 정말로 굉장했고, 웃음소리는 사이다처럼 시원했다.
세상은 놀 거리가 가득했고, 친구들은 멋진 녀석들이었고, 내 레고와 G.I. 유격대는 우주에서 제일 셌다.
그 때의 나는, 그리고 당신은 세상과 함께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시절을 회상하는 나는 유년 시절의 마법 같던 힘을 새삼 느끼고 있다.
지금은 없는 레고와 G.I. 유격대를 추억하며, 그리고 나의 추억을 현실로 삼고 있을 지금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
이제부터 이 책 [그것]에 대해 써볼까 한다.
5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 세 권, [그것]은 처음에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자, 전 세계 역시 사랑해 마지않는 대작가 스티븐 킹의 작품이다. 흔히들 그를 호러의 킹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가 단지 무섭거나 괴상한 이야기들로 철없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푼돈이나 챙기는 호러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수입을 보자면 확실히 푼돈이 아니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호러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고 '그것'은 연쇄살인이나 악마적인 존재 따위보다 더 큰 충격으로 독자를 '후려친다'.[그것]에서 나를 강타한 무언가는 고대부터 존재해온 악의 본질인 '그것'도, 데리 시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과 광기에 휩싸인 데리 시 사람들의 모습도 아니다. 바로 유년 시절의 마법 같은 힘,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하루, 친구들과 지저분한 동네 구석의 비밀장소에서 모여 키득거렸던 기억, 언제고 신나는 모험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던 그 시절의 존재였다.
나는 7 명의 친구들을 떠올린다.
언제나 반듯하고 깨끗했던 유태인 친구 스탠리 유리스.
극성스런 엄마 때문에 항상 아플 걱정만 하던, 천식환자 에디 카스브랙.
입이 방정인 떠벌이지만 결코 밉지 않던 리처드 토저.
뚱뚱했지만 뭐든 척척 박사였던 재주꾼 벤 한스컴.
예쁜 외모에 걸걸하기는 남자 못지 않던 비벌리 마시.
마지막에 만난, 어쩌면 가장 책임감있는 흑인 친구 마이클 핸론.
그리고,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자전거 '실버'를 타고 질주하던, 말더듬이 리더 빌 덴브로.
이들이 데리 시내 곳곳과 아지트 황무지에서 벌이는 매일 매일의 모험담은 마치 내 얘기인양 짜릿하고 무서웠고 또 즐거웠다.
데리에서 떠나 20년이 지난 어느 날 마이클 핸론의 전화 한 통에 모든 일이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사업가, 소설가, 건축가, DJ, 디자이너 등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던 이들은 유년 시절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있는 상태였지만, 마이클의 전화는 이들 모두에게 '데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 그리고 잊어버렸던 어두운 기억까지 되살린다.
데리로 돌아가는 각자의 여정과 교차돼 등장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 구성은 작가의 능력을 보여준다. 다양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데리시의 어두운 역사까지 끼여들며 짜여지는 복잡하고 긴 이야기는 각 장의 자연스러운 연결로 매끄럽게 읽힌다.
어린 시절의 행로를 좇아 진행되는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의 마지막의 모험과 교차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나는 이 클라이맥스보다 이후의 에필로그를 더 좋아한다. 주어진 사명을 이루어서일까. 생생했던 서로에 대한 기억들이 점차 희미해진다. 마법같은 유년 시절의 힘이 사라져 가는 마지막에, 남은 친구들은 어색해진 목소리로, 이제 서로의 이름도 헷갈려가며, 서로에게 정말로 '마지막이 될' 인사를 한다.
"나를 잊지마. 사랑한다, 친구야"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의 친구들.
비록 내 기억에서 너의 이름이, 너의 얼굴이 희미해지더라도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눈물과 함께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은 채 "이려! 실버! 이려-!" 하고 자전거를 내모는 빌의, 어른이 되어버린 빌 덴브로의 얼굴에서 친구들을 사랑하고 끝내주는 모험을 하고 G.I. 유격대와 레고를 좋아하는 다른 모든 이의 어린 시절을 본다.
만약 당신에게 이삼 일 정도 넉넉한 시간이 있다면,
만약 당신에게 따뜻한 코코아와 포근한 담요, 혹은 시원한 콜라와 선풍기가 있다면,
만약 당신에게 어린 시절 길고도 멋졌던 하루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 긴 하루가 행복으로 가득 차는 친구들이 있었다면,
만약 당신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믿을 수 있는
순진한 아이의 눈동자 속에서 마법 같은 힘을 느껴본 적 있다면,
그리고 위의 '만약'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모두 "아니오"라고 해도,
아이를 거쳐 어른이 된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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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3. 14
[소비전대 ~Mad Tea Party] all rights reserved.
2005. 03. 14
[소비전대 ~Mad Tea Party] all rights reserved.
# by | 2007/07/18 00:49 | 컬쳐 캘린더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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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에님/ 네, 일단 무섭습니다. 저도 읽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호러 소설이 무섭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죠. 그런 의미에서 스티븐 킹의 작품들은 모두 제 값을 합니다. :-)
상권과 중권의 [알 수 없는 그것]에 대한 막연하고 거대한 공포가 구현되기란 힘들었던걸까요?
도입부가 좋네요. 감상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기회에 다시 읽을까봐요.
하지만 막상 볼 때는 그런 생각도 못 할 정도로 푹 빠져버려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