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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by Charlie


* 문체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 간만에 중2병 폭발. 소비광답지 않은 글을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ㅅ-);;


세상엔 두 종류의 버킷 리스트가 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must do)’,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wanna do).’ 둘 모두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비극을 전제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완전히 다르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은 지워나가기 위한 목록이다.

현대인은 이런 버킷 리스트를 강요받는다.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30대, 이것만큼은 해두자> …, 반드시 해야 할 일들(works)이 너무나 많다. 누군가 제시해주는 ‘모범적인(=성공한) 인생’을 위한 버킷 리스트가 어느새 자신의 리스트가 돼버린다. 우리들은 넘치는 목록들을 하나둘씩 지워가며 죽음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목록은 끝없이 길어지고, 행복은 멀기만 하다. 리스트에 적힌 일들을 반에 반도 지우지 못했는데, 어느덧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끝은 ‘다 해내지 못했다는 패배감’ 내지는 ‘다 지우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함’뿐이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채워나가기 위한 목록이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는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그들이 작성한 ‘하고 싶은 것들’ 목록은 조금 별나고, 약간 심심하고, 무척 소소한 바람들뿐이다. 레몬 상자와 소금 포대 위에 걸터앉아 데낄라를 병째로 마시고 싶다든가, 여자 두 명과 함께 섹스해보고 싶다든가, 해변에 가보고 싶다든가…. 이 둘의 버킷 리스트, 하고 싶은 것들(things)은 삶의 활력소이자 기쁨이다. 죽음에 직면한 삶조차 충만하게 만드는 여유다. 했느냐 못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이들이 작지만 커다란 행복들을 채워나가며 느끼는 충만함은 <20대에 하지 않으면…> 운운하는 리스트가 주는 짜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대체 누가 올리는지는 몰라도, 날마다 높아져만 가는 평균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남이 제시한 목록을 지우고 지우다 얻는 것은 평균치보다 못한 만족감과 평균치의 재산, 평균치를 훨씬 상회하는 스트레스다. 언제가 됐든 우리 모두는 죽는다. 죽음이 예정된 우리의 삶은 기간의 차이일 뿐, 불치병 환자의 시한부 인생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버킷 리스트가 우리 삶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버킷 리스트는 삶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

죽음 앞에서 작성하는 목록은 지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나가야만 한다. 당신이 바닷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쓰러져 숨을 거두는 그 순간에 죽음이 아닌 삶을 노래하길 원한다면.



this clip ⓒ 1973 Bob Dylan, 1997 Knocking on Heaven's Door / edited by Gm이 쏜다

덧글

  • 충격 2008/07/03 03:07 # 답글

    저를 강요하는 것은 그저 위시리스트일 뿐...
  • NONAME 2008/07/03 16:59 # 삭제 답글

    바로 아래 포스팅과 함께 보면 3대의 겟트머신이 마음을 합치는 백만파워 이상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없습니다(......).
  • 지기 2008/07/03 20:55 # 답글

    좋은 글이다. 잘봤어.^^
  • Charlie 2008/07/03 21:19 # 답글

    충격님/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그 얘기였어요(...).

    NONAME형/ ...없지요(...).

    지기군/ ㅎㅎ 과찬일세. ^^ (오가는 미소가 훈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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