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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 데드스페이스 Dead Space (2008)

* 문체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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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스페이스 Dead Space (2008)

────────────────────────[PS3]

production : EA
genre : 호러 SF / 전략적 사지절단 
place : at home
price : 49,000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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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읽기 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 명백한 스포일러 부분은이렇게# 로 처리했습니다. 드래그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20자평 : 포스트 바하, 넥스트 호러, 퍼펙트 게임
this image ⓒ 2008 Electronic Arts Inc.

명작(名作)을 추억한다

[바이오해저드 4](캡콤, 2005 / 이하 바하4)는 완벽한 게임이었다. 변화와 계승이라는 '속편의 딜레마'를 훌륭히 조율했을 뿐만 아니라, 액션 게임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바하4]는 종래의 3인칭 고정 시점을 벗어나서 변형된 형태의 TPS(Third Person Shooting, 3인칭 슈팅), 이른바 '숄더백 시점'을 채용했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FPS 장르의 직관적인 조작계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3인칭 장르의 캐릭터성과 액션성을 합치는 효과를 발휘했다. 주인공의 한쪽 어깨 너머로 바라보는 숄더백 시점은 TPS의 태생적인 한계 - 화면의 중앙을 액션이 아닌 주인공의 등짝이 차지하는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버렸다!(주1) [바하4]가 '주간 패미통 - 명예의 전당(주2)'에 오른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this image ⓒ 2007 Capcom Entertainment, Inc.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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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물론 TPS 시점으로 진행되는 다른 게임들도 주인공의 위치를 화면 좌우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숄더백 시점이 캐릭터를 크게 잡으면서도 화면 중앙에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 중 하나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주2) 일본의 유명 게임 잡지 '주간 패미통(週刊 ファミ通)'에는 매주 4명의 전문 리뷰어들이 선정한 점수를 합산해 게임을 평가하는 크로스 리뷰라는 코너가 있다. 최근에는 점수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주간 패미통의 역대 리뷰 점수를 보면 게임사(史)에 족적을 남긴 명작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명예의 전당'은 크로스 리뷰에서 40점 만점에 30점 이상을 받은 작품만 선정한 것으로, [바하4]는 38점을 받아 그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더 자세하게 적어보자면, 30~31점은 실버(SILVER), 32~34점은 골드(GOLD), 그리고 35~40점은 플래티넘(PLATINUM)이다. 40점 만점을 기록한 타이틀은 N64용의 [젤다의 전설 ~ 시간의 오카리나](닌텐도, 1998), DC용 [소울칼리버](남코, 1999), [닌텐독스](닌텐도, 2005), [메탈기어 솔리드 4](코에이, 2008) 등 총 8개 작품이 있다. 

참고로, 역대 크로스 리뷰 최저 점수는 PS용 격투 게임 [수라의 문修羅の門](슈에이사, 1998)으로 12점(3.2.3.4)을 기록했다고 한다. 게임보이용 [이쿠제! 겐상行くぜ げんさん](IREM)도 12점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정보는 확인하지 못해서 일단은 노코멘트. 최근에는 반다이남코의 Wii용 게임 [프로골퍼 사루](반다이남코, 2008)가 12점(3.3.3.3)의 위업을 달성, 이로써 최저 점수를 기록한 타이틀은 총 3개. 전설의 쿠소 게임(=쓰레기 게임) SS용 [데스크림존](에콜, 1996)이 13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12점을 받은 게임은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포스트 바하4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데드스페이스]는 [바하4]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시점, 액션, 인벤토리창 등 UI의 구성(주3)까지... [바하4]를 즐겁게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일종의 기시감(데자뷰)까지 느낄 정도로 유사한 플레이 감각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FPS 혹은 TPS 장르에서 '시점(view)'만큼은 배타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데드스페이스]가 숄더백 시점을 차용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제작사인 EA가 [바하4]를 벤치마킹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처럼 [데드스페이스]가 [바하4]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다. 고민 없는 '아류(亞流)'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아류(兒流)'로 발돋움할 것인가.
this image ⓒ 2008 Electronic Ar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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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 [바이오해저드](이하 바하)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독특한 인벤토리창(窓)이다. 격자로 나뉜 인벤토리창은 주인공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소지품의 한계치를 의미한다. 회복약은 물론 무기, 탄약까지도 모두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저는 골머리를 쓰며 이리 저리 아이템들을 배치하게 된다. 그리고 인벤토리창에 미처 담지 못한 아이템은 보관함 등의 장소에 보관하며, 해당 아이템은 보관함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데드스페이스]는 이보다는 단순하다. 무기는 인벤토리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아이템의 부피 개념이 없다. '소지할 수 있는 아이템에 제한이 있다'라는 점과 UI의 디자인이 유사한 정도이다.
 

넥스트 호러

[데드스페이스]와 [바하4]의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호러 게임'이라는 것. [바하] 시리즈는 다국적 기업 엄브렐러사(社)가 개발한 'T-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된 적들과 맞서며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주4)을 담고 있다. 

[데드스페이스]는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호러 장르로, 외(外)우주(deep space)에서 행성 채굴(주5) 작업을 수행하던 기함 USR 이시무라(石村)호(주6)와의 연락이 두절되자 원인을 파악하고 통신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파견된 시스템 엔지니어 아이작 켄트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게임의 프롤로그에서 아이작 일행은 모종의 사고로 인해 이시무라호에 불시착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이시무라호가 끔찍한 죽음과 추악한 비밀, 그리고 끝도 없는 공포를 감싸 안은 채 마치 거대한 관처럼 심연의 우주를 표류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아이작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우주 최강 공돌이(...)의 활약상을 보게 된 것이다.
this image ⓒ 2008 Electronic Arts Inc.
시작은 애프터 서비스였으나 그 끝은 피바다 공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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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 [바하] 시리즈의 스토리 : 엄밀히 말해자면 4편부터는 스토리 라인이 무척 많이 바뀌기 때문에(엄브렐러사도 망했고, 적도 좀비가 아니다), 위에서처럼 뭉뚱그려 설명하기엔 어폐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고 지나간 점, 양해 바란다.

주5) 행성 채굴 : Planet Crack. 행성 하나를 통째로 분쇄, 광물을 채취하는 것. 행성이 사라질 경우 해당 항성계의 중력 균형이 깨져 계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외우주에서 작업하게 된다.

주6) 재미있게도, 이시무라(石村)는 탄광 마을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의 성(last name)이다. 

공포의 요소 ①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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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실용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진 유령 우주선(비유하자면 해상 유전개발 플랜트 설비에 가깝다) 속을 헤매고 다니는 것은 무척 고욕이다. 좁은 통로에는 파이프와 배전 설비가 아무렇게나 드러나 있다. 조명은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이 깜빡이고, 자신의 발소리는 황량한 금속 복도를 울린다. 무대가 주는 폐쇄적인 공포는 우주라는 배경이 더해지면서 극대화된다. 숨 쉬는 것 조차 용납하지 않는 '무자비한 밤의 여왕'(주7), 우주가 주는 근원적인 두려움은 무대의 폐쇄성과 불쾌한 조화를 이루며 유저를 괴롭힌다. [데드스페이스]는 '이곳만 빠져나가면 괜찮을 거야'라는 일말의 희망마저도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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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7)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1966)에서 따온 표현이다.

공포의 요소 ②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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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겠지만, [데드스페이스]에 등장하는 적 - 뒤틀린 몸뚱이, 거대한 칼 혹은 둔기 모양으로 변형된 사지, 그리고 (끔찍하게도) 인간의 얼굴을 한 그들의 정체는 모두 이시무라호에서 살고 있던 승무원들이다. 과거엔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이형(異形)의 괴물이 되어버린 그들은 네크로모프(necromorph)라 불린다. 네크로모프의 끈질긴 생명력(주8)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바하] 시리즈에 등장하는 좀비가 연상된다. 하지만 네크로모프는 좀비와 달리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그들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끔찍하게도, '사지절단'이다. 아이작은 공업용 공구를 무기로 사용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무장인 플라즈마 커터부터가 절단용 공구이다. 이러한 공구들을 이용해 적들의 사지(주9)를 잘라내야만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말 그대로 피와 살점이 튀는 게임인 셈이다. 참고로, 공식 웹페이지에는 [데드스페이스]를 '전략적 사지절단 게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이 친구들은 사후(死後)에 [호러장르 연출법]을 배우기라도 했는지, 사람 놀라게 만드는 실력이 매우 걸출하다. 죽은 것처럼 누워 있다가 갑자기 덤빈다던가, 환풍구를 뚫고 뒤를 덮친다던가 - 하는 일은 다반사. 덕분에 유저는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염통이 쫄깃해지는 상황]™을 플레이 내내 강요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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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절단은 이 게임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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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8) 사실 좀비나 네크로모프나 원래는 시체이기 때문에 '생명력'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주9)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들의 공격 무기가 되는 사지(팔, 촉수, 다리 등)를 잘라내는 것이다.    

공포의 요소 ③ 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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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건대 [데스스페이스]는 5.1채널 입체 음향을 가장 멋지게 사용한 타이틀이다. 이 게임은 진행과는 별개인 음향 효과 -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 소리, 정체불명의 속삭임, 각종 기계음과 갑작스러운 소음 등 - 을 이용해 낯선 공간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데드스페이스]의 사운드는 뛰어난 음향 설계로 유명한 [컨뎀드 : 크리미널 오리진] (모노리스, 2005)보다도 공간감과 입체감, 그리고 공포감 면에서, 앞서 있다. 
 
소리를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빼는 것, 더 나아가 아예 없애는 것도 음향을 설계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주인공 아이작 켄트가 우주 공간에 - 그렇다고 우주 유영 수준은 아니고 외벽이 파손되어 진공 상태가 된 구역이다 - 들어서면, 유저는 소리를 '잃어버린다.' 밀폐된 슈트 속 자신의 가쁜 숨소리 외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황은 그 자체로 공포가 된다. 소리 없이 등 뒤로 다가오는 네크로모프의 존재를 생각하면 공포는 배가 된다.
 
진심으로, 이 게임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5.1채널(혹은 그에 준하는) 음향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포의 요소 ④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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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리얼이야, 나 소름 돋았어." 가상의 무대에서, 가상의 인물들이, 가상의 괴물들과 싸우는 [데드스페이스]에서도 이 말이 통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시각적인 측면에서 [데드스페이스]는 그래픽 자체의 섬세함보다는 광원과 배경을 십분 활용한 공간감과 뛰어난 연출로 승부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현실모사'와는 다른 차원에서 시각적 리얼리티를 획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더욱이 배경과 오브젝트 대부분이 인공적인 디자인이라는 점과 주인공과 적 모두 '사람의 얼굴', 즉 표정 연기를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는 점 역시 [데드스페이스]에겐 이점으로 작용했다.

영상물에 한해 가상의 '인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캐릭터를 어느 정도까지 인간과 흡사하게 만들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인간과 매우 흡사한 인공물(휴머노이드, 컴퓨터 그래픽스 등)이 보여주는 작지만 분명한 차이에 사람들은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때문이다. 이러한 '혐오의 계곡'을 뛰어넘은 완벽한 디지털 배우가 탄생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얼굴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베오울프](2007)를 통해 안면근의 다양한 운동,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재현했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어색함을 느꼈으며, 덤으로 거침없는 나체 액션에 얼굴을 붉혀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퍽 훌륭한 대안이 된다. ⓐ 캐릭터가 언캐니 밸리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 주인공의 용모를 관객(유저)의 상상에 맡김으로써 감정이입을 쉽게 만들며 ⓒ 그 자체로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얻어진 현실성은 유저로 하여금 '지금 이 장소에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토록 끔찍한 공간에 홀로 남겨졌다 - 는 느낌. 대본대로 진행되는, 가짜 현실인 걸 알면서도 소름이 돋게 만드는 '완전 리얼'은 오락 프로그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공포의 요소 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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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데드스페이스]와 [바하4]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바하4]의 플레이는 숄더백 시점으로 진행하는 구간과 이벤트 영상 구간으로 나뉜다. 이벤트 영상 구간은 기존 3D 모델링을 활용하되 자유로운 카메라 시점과 미리 지정된 연출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때때로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조작을 통해 (숄더백 시점의) 일반적인 진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조작하는 영역과 보는 - 버튼 액션은 논외 - 영역의 분리는 이후 진일보한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등장한 [바하5] (캡콤, 2009)에도 계승된다. 

[데드스페이스]는 보는 영역을 조작의 영역으로 포섭한다. 게임 내의 모든 이벤트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유저의 조작은 즉각적인 액션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선택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연속성과 현실성의 확보는 장점이다. 유저의 역할에서 벗어나 관객을 역할을 맡아야 하는, 손 놓고 보기만 하는 구간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가질 수 있단 얘기다. 또한 유저는 미리 준비된 영상을 본다(watching)고 느끼지 않고, 인터랙티브한 상황을 체험한다(playing)고 인식함으로써 내러티브에 보다 적극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제한된 액션과 연출은 단점이 될 수 있다. 언제라도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다 - 는 말은 기본적인 조작/액션밖에는 쓸 수 없단 뜻이다. [데드스페이스]에서는 [바하4]처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연기'를 볼 수 없다. 게다가 슈팅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탓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근접 액션(일명 허우적 어택과 밟기 신공, 단 두 가지뿐이다)은 주인공 아이작을 심심한 액션 히어로로 만들었다. 차기작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근접 공격이 발동되는 [바하5]를 벤치마킹해 버튼 하나가 하나의 액션에만 대응(one input - one output)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액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one input - wide output) 어떨까 싶다. 

연출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카메라는 단 한 대뿐인데 그 카메라가 오로지 주인공만 쫓아다니는 셈이다. 연출자로서는 차 떼고 포 떼고 장기 두는 격이랄까. 모든 줄거리를 주인공의(유저의) 시야가 닿는 범위 내에서 풀어나가야만 하고, 연출자가 강조하고 싶은 요소 - 새로운 적 등장, 분위기 조성, 이야기 전개 등 - 가 있더라도 꾹 참아야만 한다. 몽타주 기법, 점프 컷, 클로즈 업 등의 편집 기법은 언감생심. 

그러나 한계와 제약 안에서 해법을 모색하다 보면 더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데드스페이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의 한계를 극복한다. 개중에는 주인공의 눈앞에 홀로그래피 형태로 나타나는 영상정보 창처럼 좀 얍삽한(...) 방법도 있지만, 대단히 영리하고 효과적인 해법도 많이 선보인다. 앞서 극찬한 바 있는 입체 음향을 통해 유저가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동선(動線) 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좁은 통로에서 적의 기습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적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인물을 강화 유리 너머에 배치해 속절없이 구경만 하게 만드는 '유사(pseudo)-이벤트 영상'도 등장한다. 또 유저의 눈길을 끄는 미끼를 던져두고 뒤에서 기습하는 패악질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데드스페이스]는 광원 및 음향 효과, 레벨 디자인, 유저의 심리를 이용한 교묘한 연출을 통해 태생적 한계를 고유의 매력으로 바꾸는 데에 성공했다.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종일관 유저가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게끔 만드는 [데드스페이스]지만, 단 한 번의 예외가 있다. 바로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네크로모프에 의해, 혹은 버려진 우주선 내부의 위험천만한 시설들에 의해 죽게 될 때의 연출은 무척 고어하고 잔혹하며, 카메라는 무력하게 찢기고 불타고 짓눌려 부서지는 주인공의 시체를 비춘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에 뺏기는 조작의 주도권, 이를 두고 단순히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연출이라고 여긴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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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충격적이었던 유사-이벤트 영상

퍼펙트 게임 

[데드스페이스]는 'EA의 첫 호러 게임'이라는 점을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흠결을 찾기 힘든,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분위기를 잘 살린 그래픽이나 사운드 설계 같은 외형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장점과 단점이 잘 배분된 무기 밸런스와 게임 전반의 난이도, 타격감 같은 FPS/TPS 장르로서의 기본기도 탄탄하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빼어난 연출은 '첫술에 배부르고 싶은' 제작진의 포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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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진행 루트를 안내해준다. 첫 작품이라고 믿기 힘든 세심한 배려였다

[데드스페이스]는 화면상에 아무런 '정보 창'이 없다. 미니 맵은 물론이거니와, 체력이나 잔탄수처럼 주인공의 상태(status)를 나타내는 인터페이스 역시 보이지 않는다. 모든 인터페이스는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슈트를 입은 주인공의 척추 부분에는 형광색으로 빛나는 바(bar)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체력을 나타내는 시각 정보 인터페이스다. 무기의 잔탄수도 마찬가지. 모든 무기는 공기 중에 홀로그래피로 된 작은 창을 투사해 거기에 잔탄수를 표시한다. 

이러한 '액자식 인터페이스' 구성은 무척 참신하게 느껴진다. 필요한 정보를 게임 속 가상현실 위에 얹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부에, 마치 액자처럼, 구현해 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화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며, 유저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다른 게임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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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면 등짝을 보자! 미션 전달 및 스토리 전개도 홀로그래피 영상 윈도우로 실시간 전달된다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없고, [바하4]의 용병 모드처럼 본편 클리어 후 추가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전무하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데드스페이스]는 멀티플레이가 어울리지 않는 게임이라고 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멀티플레이가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 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호러 게임의 특성 상 플레이가 거듭될수록 유저는 공포라는 자극에 익숙해지고  , 적의 위치라든가 기습 타이밍, 파해법 등을 파악하게 됨으로써 만족감이 떨어지게 되는데(주10),  (잘 만든)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재미를 끊임없이 공급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타이틀의 롱런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EA의 '두 번째 시도'에서는 온라인의 재미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필자는 [데드스페이스]를 클리어하면서 우주를 떠도는 강철의 지옥에서 무사히 생환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내가 겪었던 생존에의 절박함을, 피와 살점을 지닌 극한의 공포를, 적의 사지를 절단하며 느낀 그 불온한 쾌감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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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aboard ISHIMU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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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0) 같은 크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역치(閾値, threshold value;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가 올라가 더 큰 자극을 주기전에는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감각의 순응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때 속옷을 다른것으로 갈아입으면 그 즉시는 촉각을 느끼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옷이 피부에 닿고 있다는 느낌이 없어지는 경험과 같은 것이다. (출처; 네이버 두산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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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스페이스]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다운폴].

덧) 본문에 적진 않았지만, EA는 게임 출시에 이어 디지털 코믹, 애니메이션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데드스페이스 : 익스트랙션]이라는 wii용 건슈팅 게임을 발표했으며 실사 영화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EA가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고전적인)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데드스페이스]라는 끔찍하면서도 매력적인 세계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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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4

[소비전대 ~Mad Tea Party] all rights reserved.

by Charlie | 2009/07/04 02:07 | 컬쳐 캘린더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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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雅人知吾 at 2009/07/04 12:56
uncanny valley...좋은 말 배우고 갑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7/05 12:18
저도 진중권 교수의 글에서 배웠습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조니 at 2009/07/04 20:14
훌륭한 게임이지요. 물론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15분 쯤 플레이하고..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곱게 패키지에 담아서 현재에 이른.. 쿨럭;; 망할 놈의 3D 멀미.. ㅠㅠ)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7/05 12:20
내가 요즘 게임을 해보면서 느낀 게...
이젠 폴리곤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
근데 형은 3D 멀미잖아.

형은 안 될 거야, 아마...
Commented by NONAME at 2009/07/11 01:20
그, 그럼 그때 본 게 플레이의 전부였던 것입니까...쿨러럭;;;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7/11 08:30
눈물이 멈추질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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